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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이야기(4) - 고당봉(姑堂峰)과 고모당(姑母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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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이야기(4) - 고당봉(姑堂峰)과 고모당(姑母堂)



백두 대간이 낙동정맥으로 갈라져서 부산에서 잠깐 멈추고 정기를 분출하는 부산의 진산 금정산(金井山)의 주봉(801.5m)이 고당봉(姑堂峰)이며 산인들 사이에서 소금 강(小金剛)이라고도 불릴 정도로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암봉(巖峰)이다. 암봉이라고 하면 바위산으로만 생각하지만 이 고당봉 정상은 풍상에 서로 갈라져서 벌어져 있지만, 그 전체가 거대한 바윗덩어리 하나로 되어 있다.

금정산은 우리나라 명산 중의 명산이다. 부산의 진산이라고 하는 이유는 풍수학상 주산과 같은 의미이다. 주산은 사자나 산자를 위한 하나의 명당을 품은 산이지만, 진산은 한 나라의 도읍지나 큰 지방의 진기(眞氣)를 품은 큰 산을 말한다. 금정산(金井山)이 명산 길지인 것은 이 산을 이루는 봉우리들이 오행(五行) 상으로 상생(相生) 합(合)으로 배치된 길격산(吉格山)이기 때문이다.

완만한 능선이 수형(水形)으로 오르락내리락하며 뻗어 가는데 있을 곳마다 북으로부터 장군봉을 시작으로 계명봉, 고당봉, 원효봉, 의상봉, 미륵봉, 대륙봉, 파리봉(파류), 동제봉 등의 상생하는 봉우리가 솟구치고 또 가라앉으며 각기 봉우리들은 저마다 길격(吉格)으로 조합되어 에너지가 충만하다. 백두 정기는 계속해서 한반도 대간의 마지막 몰운대까지 달리는 용은 곧 백양산(642m)으로 이어지지만, 금정산 언저리에서 크게 한번 맴돌고 있다. 이 맴도는 중앙에 고당봉이 있다. 이 산형들의 능선에는 금정산성(金井山城:사적 215)이 둘러 처있고 포인트마다 동-서-남-북 문이 있으며 그 사이로 망루가 설치된 하나의 거대한 정원(庭園)이다.

이 명산은 고당봉을 기준으로 북동 쪽 깊은 계곡에 한국 5대 사찰에 속하는 범어사(梵魚寺)가 자리하고 있다.
동남 쪽 기슭에는 금강공원(金剛公園)이 있으며 노약자는 여기에 설치된 케이블카를 이용해서 산정을 오를 수도 있다. 고당봉을 북문 쪽에서 오를 때 정상에 가기 바로 전에 향 내음 풍기는 보잘것없는 움막 같은 시설물이 하나 있는데 이곳이 범어사와 관련 있는 고모당(姑母堂)이다.

불과 한두 평 정도의 작은 규모의 고모당은 무속인이나 박수, 보살들이 끊임없이 찾아와 치성을 올리며, 때때로 스님이 당제(堂祭)도 올린다. 고모당은 범어사에서 세웠으며 그 이야기를 함으로서 고모당이 범어사의 것임을 알 수 있다. 약 400여 년 전에 혼자된 밀양 박씨 성을 가진 여인이 불가에 귀의해서 범어사 화주보살로 봉사하며 살았다. 이 보살이 범어사 주지에게 죽을 때 유언으로 저 높은 고당봉에 고모영신(姑母靈神) 을 모시는 산신각을 지어 고당제(姑堂祭)를 지내준다면 수호신이 되어 범어사를 돕겠다고 했다. 범어사에서 유언대로 고당봉에 작은 산신각을 지어 해마다 정월 보름날과 단오날 두 차례 제사를 지내 준 것이 지금에 이르고 있으며 고모당(姑母堂)이다. 범어사가 지금같이 번창한 대사찰이 된 것이 꼭 고모당(姑母堂)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어떤 것도 무시하지 않는 불교의 의미와 노파의 인과응보를 생각해 볼 만은 하다.

한때 젊은 스님들이 당제 지내는 것을 반대해서 당집을 훼손한 적도 있는데 그때 좋지 않은 일들이 일어나서 고모당을 고쳐 지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는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고모당이 많은 사람들의 치성처로서 존재가치가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고모당은 화려함을 배제하고 대형화를 배제하며 소박하고 보잘것없는 장점이다. 내부에는 어떠한 장식도 없고 오직 향로 1개와 고모영신(姑母靈神), 산왕대신(山王大神) 두 개의 위패(位牌)와 그 단뿐이다. 따라서 이 고모당은 토속신앙의 당(堂)집의 기능과 불교의 산신각(山神閣)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불교가 이 땅에서 이처럼 우리의 토속신앙들을 배척하지 않고 상생합일(相生合一)하려 하는 노력을 여기서도 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금정산 고당봉 주위에는 용호암, 용왕굴, 고모당, 용왕샘 등에서 365일을 촛불을 밝히고 향내 풍기는 기도는 계속되고 있다. 민초들의 이런 것들이 모여서 하나의 염원이 이뤄지며 이 주변이 영험한 기도처로 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 금정산 이야기(4) - 고당봉(姑堂峰)과 고모당(姑母堂)-

<시니어리포터 정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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