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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등산,약초

함께 와서 혼자 가시면 나는 어떻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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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타까운 민원을 해결해 주세요

'함께 와서 혼자 가시면 나는 어떻게 해요!'

이 표지판이 서 있는 곳은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하던 고사리 분교가 있던 해발 800m 지역의 너른 고산 평원입니다. 지금도 이 팻말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내가 산행할 때 찍어온 사진입니다. 

해발 800m의 높이가 얼마나 되는지 이해를 돕기 위해 산 높이를 알아보면, 서울의 도봉산이 해발 739m인 것을 생각하면 30년 동안에 36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고사리 분교가 있던 이 지역의 해발 높이는 전부 해발 800m 이상 되는 지역입니다. 이 사자평 한번 올라가려면 체력 좋고 등산 좀 했다는 분도 몇 번 쉬어야 오를 수 있는 곳입니다. 

층층폭포 쪽으로 오르는 재약산 등산 마지막 지점의 정상 들머리이기도 한 이 지역에 있는 표지판은 무슨 전위예술의 한 작품처럼 서 있습니다. 표지판 앞에는 온갖 쓰레기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산인들은 '감동은 가슴에! 쓰레기는 배낭에!'라는 표어를 잘 압니다. 그러나 바위틈이나 나뭇가지 사이에 꼭꼭 숨기는 사람들은 아직도 여전히 그 짓을 즐깁니다. 

올라갈 때 먹으려고 짊어지고 간 음식물 통이나 손에 들고간 물병을 올 때는 쓸모가 없으므로 산에다 두고 홀가분하게 가볍게 내려오는 얌체가 아직도 더러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이 버려놓은 쓰레기는 밝은 태양 아래서 함께 하산하고 싶다고 아우성칩니다. 밀양시에서 이 쓰레기들의 처절한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이런 표지판을 세웠습니다. 쓰레기들의 민원을 처리해 주세요. 쓰레기 올림. 

산에도 비상 도로는 있지만, 해발 800m 이상 지역에서 쓰레기를 수거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이 아름다운 재약산 산행을 마치고 하산할 때에 함께 가고 싶다고 아우성치는 저들을 뿌리치지 마시고 손잡고 정답게 함께 하산하시길 바랍니다. 

'함께 와서 혼자 가시면 나는 어떻게 해요!'
쓰레기들의 민원입니다. 




<시니어리포터 정주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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